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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배터리 자립 붕괴, 르노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돌아선 이유

해시우드 2026. 10. 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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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일, 블룸버그는 프랑스 배터리 회사 베르코르(Verkor)가 채권단과 대출 조건 재협상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르노가 지분 12%를 갖고 사실상 유일한 고객인 이 회사는 2025년 12월 11일 됭케르크에 15억 유로(약 2조 2천억 원)짜리 기가팩토리를 개장했지만, 1년이 다 돼도 생산이 제자리걸음입니다.결정타는 고객이 직접 날렸습니다. 르노는 2026년 6월 18개월 생산 지연과 가격경쟁력 부족을 공개 비판한 뒤 차세대 전기 밴 마스터의 배터리에서 베르코르를 배제했습니다. 계약이 남은 알파인 A390 GT 등의 물량은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에서 만든 셀로 대체했고, 르노는 계획에 없던 구매 비용까지 떠안았습니다.유럽이 '아시아 배터리 의존 탈출'을 외친 지 8년 만에 대표 자국 완성차가 유럽 셀을 버리고 한국 셀로 돌아선 것입니다. 이 역설의 원인과 한국 배터리 3강에 남긴 것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그림: 유럽 배터리 자립 붕괴 — 됭케르크 18개월 지연, 서방 27조원 증발의 구조

그림: 유럽 배터리 자립 붕괴 — 됭케르크 18개월 지연, 서방 27조원 증발의 구조

자립의 목표는 아시아 의존을 없애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아시아 기업의 유럽 내 생산이 되었습니다. 유럽 땅에서 만들지만 유럽 회사가 만들지 않는 셀, 이것이 2026년 유럽 배터리 산업의 실체입니다.

3조 원을 묻어둔 됭케르크의 기가팩토리

베르코르는 2020년 설립된 배터리 스타트업입니다. 됭케르크 공장을 짓기 위해 모은 돈은 20억 유로(약 3조 원)가 넘습니다. 자본금 8억 5천만 유로는 르노와 맥쿼리, 메리디암이 냈고, 유럽투자은행(EIB) 대출이 6억 유로, 프랑스 정부·지방 지원금이 6억 5천만 유로로, 공장 투자액의 절반 가까이가 공적 자금이었습니다.공장의 목표는 연산 16GWh, 2030년까지 50GWh(르노에 20GWh)였습니다. 그러나 르노가 맡긴 물량은 연 12GWh에서 3GWh로 4분의 1토막 났고, 2026년 9월 1일엔 창업자 베누아 르메냉 대신 로랑 드브뢰가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들어섰습니다. 교체 사유는 지연, 예산 초과, 높은 가격, 잦은 불량이었습니다.10월의 채권 협상은 생존 문제입니다. 베르코르는 2024년 은행 19곳 컨소시엄과 13억 유로를 약정받았지만 전액을 끌어 쓰지 못했고, 유럽투자은행과 소시에테 제네랄이 채권단에 포함됐으며 협상 자문은 PwC가 맡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베르코르와 ACC에 각 5억 유로(약 7,300억 원) 추가 지원을 브뤼셀과 협의 중입니다.

르노가 찾은 비상구는 폴란드의 한국 공장

르노의 선택은 냉정했습니다. 알파인 A390 GT의 출시 일정을 지키려면 당장 셀이 필요했고, 르노는 유럽 안에서 셀을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으로 돌아섰습니다. 긴급 구매라 단가가 올랐지만 르노는 '경쟁력 격차가 최근 몇 개월 크게 벌어졌고 이를 르노가 흡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주목할 점은 이것이 임시방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르노 5와 메간, 세닉의 저가형 LFP(인산철리튬) 배터리도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나오고, 니켈 배터리는 됴에의 AESC 엔시온 공장(중국 엔비전 80%, 일본 닛산 20%)이 공급합니다. 즉 르노 전기차는 이미 한국·중국·일본 자본의 셀 없이는 한 대도 못 만드는 구조입니다.

노스볼트만이 아니다 — 무너진 유럽의 명단

베르코르가 우연히 무너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 배터리 자립의 원조 상징이던 스웨덴 노스볼트는 2026년 3월 파산했습니다. 7개국에 29개 자회사를 둔 이 회사가 사라지면서 2030년까지 계획됐던 유럽 셀 용량 약 100GWh가 증발했습니다.스텔란티스·메르세데스벤츠·토탈에너지스 합작 ACC도 비슷합니다. 2023년부터 돌아간 프랑스 두브랭 공장의 니켈 배터리(98kWh) 월 산출량은 1천 개 수준이었고, 라인 하나는 중국 EVE의 엔지니어 100명이 와서 관리했습니다. ACC 배터리를 단 전기차는 납기가 9~12개월까지 밀렸고, 이탈리아·독일 공장 계획은 2026년 2월 백지화됐습니다. 5월엔 파나소닉 출신 앨런 스완이 새 CEO로 들어왔고, 목표는 2026년 가을까지 연 1만 개에서 25만 개입니다.반대로 유럽에서 잘 돌아가는 공장은 아시아 회사 것입니다. 됴에의 AESC 엔시온은 가동 첫해 1GWh를 넘겼고 불량률은 5%에 그치며, 현장엔 중국·일본 전문가 150명이 상주합니다. 스텔란티스는 e-3008과 e-5008의 배터리를 BYD 폴란드 공장에서, 소형차에는 CATL의 유럽산 LFP 셀을 사서 '유럽 생산' 인증과 프랑스 에코스코어를 확보합니다. 유럽 산업 정책이 만든 수요를 정작 아시아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 노스볼트(스웨덴) — 2026년 3월 파산, 유럽 계획 용량 100GWh 소멸
  • ACC(프랑스) — 월 1천 개 수준, 납기 9~12개월, 이탈리아·독일 공장 백지화, 수율 90% 미만
  • 베르코르(프랑스) — 18개월 지연, 물량 12GWh에서 3GWh로, 채권 재협상 돌입
  • AESC 엔시온(됴에) — 첫해 1GWh, 불량률 5%, 중국 엔비전 지분 80%
  • BYD(폴란드)·CATL(유럽) — 스텔란티스·소형 전기차 셀 공급, '유럽 생산' 인증 확보
돈은 모았지만 양산을 못했습니다. 배터리 셀은 투자금이 아니라 수율과 시간이 만드는 제품입니다. 유럽은 금융 모델은 세웠지만 운영 모델을 세우지 못했고, 그것이 노스볼트와 베르코르의 공통점입니다.

300조 원 투자의 결과 — 아시아 기업의 유럽 공장

숫자로 보면 유럽의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의 전기차 공급망 누적 투자는 2,000억 유로(약 300조 원)를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발표 용량과 실제 가동 용량의 갭은 600GWh로 벌어졌고, 상당수는 취소·축소·연기된 프로젝트입니다.시장의 청산도 빨랐습니다. 2025년 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미국·유럽·캐나다의 배터리 관련 기업 15곳이 파산하거나 사업을 멈췄고, 이들이 끌어온 투자금은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넘습니다. 미국의 24M 테크놀로지스부터 유럽의 노스볼트, 모로, 커스텀셀스, 캐나다의 라이사이클까지 명단에 올랐습니다.결국 유럽에 남은 가동·건설 중 용량의 다수는 중국과 한국 기업의 프로젝트입니다. CATL과 BYD는 헝가리에 공장을 열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기존 유럽 공장을 확장했습니다. 유럽 연합이 원한 것은 전략적 자율이었지만 실현된 것은 아시아 생산의 이전, 즉 '유럽에 만들어지는 아시아 셀'입니다.

한국 배터리 3강의 기회와 함정

단기적으로 수혜는 분명합니다. 르노의 비상구가 된 LG에너지솔루션처럼, 유럽 완성차들이 자국 셀이 무너질 때마다 한국 공장의 주문이 늘어나고, 국내 배터리주 실적 전망 개선 분석도 잇따릅니다.더 흥미로운 건 새로운 수출 품목입니다. 음성의 전극 파운드리 JR에너지솔루션은 양산 노하우 자체를 팔고 있습니다. 유럽 배터리 회사들이 가동하지 못해 놀려둔 공장을 대신 돌려주는 모델로, 3월엔 노르웨이 모로의 공장과 협약을 맺었고 9월 말엔 대형 유럽 배터리사들과 가동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음성 500MWh 라인은 풀가동이며 2027년 2월까지 2GWh로 늘립니다.그러나 함정도 같은 구조에 있습니다. 한국 3강이 유럽에서 이기려면 유럽 땅에서 중국과 붙습니다. BYD와 CATL은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LFP 셀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이는 중이고, 유럽 연합이 지원금 회수나 현지 비중 요건을 더 조이면 한국 공장의 설비 리스크도 커집니다. 베르코르의 실패가 한국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시장이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 관전 포인트 — 1. 베르코르 채권단 협상: 13억 유로 약정의 미인출분 접근권을 되찾는지 연내 결론. 2. ACC의 2026년 가을 목표: 연산 25만 개 달성 여부가 유럽 자립의 마지막 시험대. 3. 르노가 남긴 3GWh: 베르코르가 양산 약속을 지키는지, LG에너지솔루션 물량이 확대되는지가 한국 공장 실적으로 직결됩니다.

배터리는 공학이 아니라 실행의 산업

유럽의 실패를 기술 부족으로만 설명하면 절반만 맞습니다. 베르코르와 ACC도 니켈 배터리를 만들 줄은 알았습니다. 무너진 것은 설계가 아니라 수율을 90% 위로 끌어올리고 비용을 아시아 수준으로 낮추는 실행력이었습니다. 중국이 값을 지배하고 한국이 공정을 지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한국에 남는 교훈은 거꾸로 읽어야 합니다. 한국 배터리 3강의 진짜 해자는 특허나 설비가 아니라 10년간 축적된 양산 데이터와 공정 인력이라는 점을 유럽의 실패가 증명했습니다. 기술 격차는 돈으로 좁혀져도 실행 격차는 아니라면, 한국이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도 결국 공장 현장입니다.

⚠️ 본 글은 2026년 10월 19일 기준 공개 자료 정리 정보 제공 글입니다. 채권 협상과 생산 목표는 이후 발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투자 판단의 근거로 쓰지 않기를 권합니다.

참고문헌

  1. Bloomberg — Renault-Backed Battery Factory Plans Lender Talks After Delays (2026. 10. 1.)
  2. Le Figaro — Batteries : Renault demande à Verkor de «redresser sa trajectoire» et pointe des retards de fabrication de 18 mois (2026. 6. 1.)
  3. Affärsvärlden — Krisande batterijätte söker nya miljardstöd – VD avgår (2026. 10. 12.)
  4. New Mobility — Battery worries: Renault asks Verkor to «revise its trajectory» (2026. 6. 2.)
  5. The Elec — European Battery Makers Turn to Korea's JR Energy Solution for Production Support (2026. 9. 25.)
  6. Flotauto — French Gigafactories : the challenge of ramping up production (2026. 4.)
  7. The Next Web — Europe's cumulative EV investment passes €200bn (2026.)
  8. GuruFocus — Verkor Faces Challenges in Scaling Production Amid Debt Negotiations (2026. 10.)
  9. Reuters — The road to an all-electric car fleet will be bumpier than it looks (2026.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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