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보택시 라스베이거스 무인 전환, 한국은 2028
11월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우버 앱을 열면 전기차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매칭받을 수 있습니다. 운전석에는 아직 안전요원이 앉아 있지만, 운영사는 올해 안에 이 사람을 차에서 내보내고 운전자가 완전히 없는 상태의 상업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공표했습니다. 이 차를 만든 회사는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모션널(Motional)이고, 지분 과반을 쥔 곳은 현대차그룹입니다.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정반대 방향의 뉴스이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의 유상 상용화 시점을 2028년 광주로 공식화한 것입니다. 현대차 계열의 로보택시가 정작 현대차 본사가 있는 나라에서는 2년 이상 기다려야 탈 수 있는 셈입니다.

그림: 현대차 로보택시, 라스베이거스 무인 전환 — — 한국에서 타려면 2028년, 벌어지는 시차
기술의 시계가 아니라 제도의 시계가 병목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무인 전환은 두 달 앞으로 당겨졌고, 한국의 유상 상용화는 2028년으로 못박혔다. 같은 차가 사는 두 개의 시간표, 그 시차가 지금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이자 기회다.
4조 원대 합작이 600명 회사가 되기까지
모션널은 2020년 현대차그룹과 미국 부품사 앱티브(Aptiv)가 40억 달러를 갹출해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입니다. 그러나 출범 후 행보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라이프트(Lyft)와 함께하기로 한 무인 서비스 출시 일정을 끝내 지키지 못했고, 2024년에는 앱티브가 재정 지원에서 손을 뗐습니다.현대차그룹은 여기서 철회 대신 베팅을 키웠습니다.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해 지분 과반을 쥐며 회사를 살렸습니다.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2024년 5월 40% 구조조정을 거치며 직원 수는 정점의 약 1,400명에서 600명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로라 메이저 모션널 최고경영자는 이 시기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가까운 미래를 늦추기 위해 상업 활동을 멈추는, 아주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결국 더 빨라지기 위해서였다." 규모를 줄여 속도를 내겠다는 역설적 선언이었습니다. 2년 뒤 이 회사는 우버 네트워크에 로보택시를 올리는 단계까지 복귀했습니다.
AI 퍼스트 재부팅 — 모델 수십 개를 하나로
재부팅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구조 교체였습니다.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지, 추적, 추론을 각각 담당하는 개별 머신러닝 모델 수십 개가 규칙 기반 코드와 얽힌 구조였습니다. 신호등 모양이 도시마다 다르다는 이유로 새 도시에 진입할 때마다 분석과 개발을 다시 해야 했습니다.모션널은 언어모델에서 발전한 트랜스포머 파운데이션 모델 구조를 자율주행에 접목해 이 모델들을 하나의 백본(backbone)으로 통합했습니다. 개발용 보조 모델은 남겨두되, 새 도시에는 데이터를 모아 학습만 하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꿨습니다. 기술의 방향이 '도시마다 맞춤 제작'에서 '학습으로 일반화'로 옮겨간 것입니다.
- 출범: 2020년 현대차그룹·앱티브 40억 달러 합작
- 위기: 라이프트 무인 출시 일정 미달, 앱티브 재정 지원 철회
- 재구조: 2024년 5월 40% 감원, 직원 약 1,400명 → 600명 미만
- 재투자: 현대차그룹 10억 달러 추가 투입, 과반 지본 확보
- 기술 전환: 개별 모델 + 규칙 기반 → 단일 백본 엔드투엔드(E2E) 구조
3월 13일, 우버와의 두 번째 기회
올해 3월 13일이 전환점이었습니다. 모션널은 우버와 손잡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우버엑스(UberX)·우버 일렉트릭 등 일반 호출을 하면 아이오닉 5 로보택시가 매칭되고 추가 요금은 없습니다. 라이더는 매칭될 때마다 알림을 받고 일반 차량으로 바꿀 권리도 갖습니다.운행 구역은 스트립의 리조츠 월드와 윈 앙코르, 웨스트게이트, 다운타운, 공항 인근 타운 스퀘어 등 지정 승하차 지점입니다. 이 차는 미국 연방차량안전기준(FMVSS) 인증을 받은 초기 SAE 레벨4 차량입니다. 우버와는 2022년부터 10년 단위 협력 틀이 짜여 있고, 초기 상업 파일럿에서 13만 회 이상 자율주행을 수행한 경력도 있습니다.
두 달 남은 무인 전환, 왜 이번이 관문인가
현재 라스베이거스의 로보택시 운전석에는 안전요원이 탑니다. 모션널은 올해 말까지 이 안전요원을 제거하고 운전자가 차에 아예 없는 완전 무인 상업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우버로 매칭되는 차의 운전석이 비어 있는 순간, 로보택시는 기술 실증에서 운송사업으로 범주가 바뀝니다.레벨4라는 등급의 의미도 여기에 있습니다. SAE 기준 레벨4는 지정 운행구역 안에서 시스템이 모든 조작을 책임지고 인간의 개입을 요구하지 않는 단계입니다. 안전요원 제거는 기술 인증의 마지막 조각이라기보다 상업 조건의 완성을 뜻합니다. 올해 초 기술 매체의 시승기에서 이 차는 스트립의 혼잡한 호텔 승하차 구역에서 멈춰 선 택시와 하차 승객을 피해 차선을 바꿔가며 목적지 픽업존에 진입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이 경험이 예외 없이 반복됨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웨이모 40만 주행 vs 테슬라 30센트 — 벌어지는 지도
이 시장의 순위는 격차로 읽어야 정확합니다. 알파벳의 웨이모는 미국 6개 도시에서 주당 약 40만 건의 유료 주행을 운영하며 연말까지 주당 100만 건, 20개 도시 확장을 목표로 공언했습니다. 10월 27일에는 로스앤젤레스·내슈빌·올랜도·샌디에이고·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250평방마일을 더 여는 확장 계획을 발표했고, 런던과 도쿄 진출 준비도 진행 중입니다.테슬라는 반대 방향에서 옵니다. 카메라 중심의 저렴한 하드웨어로 6개 도시에서 무인 운행 중이고, 오스틴에만 300대 넘는 전용 차량이 투입돼 있습니다. 무감독 누적 주행마일은 직전 분기보다 8배 늘었고, 회사가 제시한 운영 목표는 유료 1마일당 30센트입니다. 웨이모가 정밀하고 비싼 대규모로, 테슬라가 저렴하고 범용으로 가는 사이, 모션널은 완성차 제조사가 직접 검증한 안전이라는 중간 지점을 노립니다.
여기에 한국 기업의 이름이 하나 더 박혀 있습니다. 웨이모의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되는 차량이 다름 아닌 아이오닉 5입니다. 현대차는 웨이모에 차량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모션널을 통해 자체 로보택시도 굴리는 이중 베팅을 하는 셈입니다. 웨이모는 7월 한국 법인까지 설립하며 서울 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 시대 수익 모델이 차를 파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현대차 계열 로보택시와 현대차를 탑재한 웨이모 로보택시가 동시에 굴러간다. 어느 쪽이 이겨도 현대차는 차를 팔지만, 운행 데이터와 운송 수익은 이기는 쪽에 쌓인다.
한국은 2028년 — 규제 시계의 다섯 축
10월 23일 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국토부가 발표한 '자율주행 경쟁국 수준 규제 합리화 방안'이 한국의 시간표입니다. 첫째, 운전자 없는 차의 운행을 책임지는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 제도를 새로 만들고 원격관제·현장 출동 인력·사이버보안을 갖춘 사업자에게 인허가를 줍니다. 둘째, 자율주행 데이터의 국내 보관 의무와 국외 이전 허가제를 도입합니다. 셋째, 사고 시 제작사·자율주행기업·서비스사업자의 책임 분담을 가이드라인으로 정리합니다.일정은 이렇게 못박혔습니다. 관련 법 개정은 내년까지, 실증차량 3,000대 투입은 2027년부터, 시민이 요금을 내고 타는 시범 운영은 2028년 광주부터입니다. 정부 로드맵의 레벨4 상용화 목표가 원래 2027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년 늦춰진 것입니다.
-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 — 원격관제·현장 출동·보안을 책임지는 주체 신설
- 데이터 주권 — 주행데이터 국내 보관, 국외 이전은 별도 허가
- 성능인증제 — 올해 말부터 무인 자율차 기업 간(B2B) 거래에 먼저 적용
- 실증 확대 — 광주 실증차량 200대 → 내년 1,000대, 2027년부터 패스트트랙 3,000대 이상
- 상용화 — 2028년 광주 시범 운영, 중국 폰이AI와 국내 업체가 함께 추진하는 서울 로보택시 200대도 2028년
시차의 본질 — 병목은 센서가 아니라 책임 구조
국토부는 국내 로보택시 도입이 규제 때문에 막혀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지만, 정작 해외 기업의 상용 목적 국내 도입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테슬라와 웨이모의 인허가 신청도 아직 접수된 바 없습니다. 한국 도로에서 로보택시가 못 뛰는 이유는 센서나 인공지능이 아니라, 무인 운행의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지의 법 구조가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이 시차가 기업마다 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웨이모와 테슬라에게 한국은 나중에 열리는 추가 시장일 뿐입니다. 그러나 현대차에게 한국은 본거지 시장입니다. 본사가 있는 나라에서 자사 계열 로보택시보다 외국 로보택시가 먼저 상용화되는 그림이 현실화하면, 완성차 매출이 아니라 모빌리티 플랫폼 수익 구조에서 훨씬 큰 손해로 돌아옵니다.
앞으로 볼 세 가지
- 연말 무인 전환 성공 여부 — 안전요원 제거가 계획대로 이뤄지는지가 모션널 재베팅의 첫 스코어입니다. 연기 소식이 나오면 위기 재발 신호로 읽어야 합니다.
- 웨이모의 한국 인허가 신청 — 한국 법인을 세운 웨이모가 실증 특례라도 활용해 신청하는 순간,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 제도의 구체성이 시험대에 오릅니다.
- 2028년 광주 사업자 선정 — 원격관제와 데이터 국내 보관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가 누가 되는지가 한국 로보택시 생태계의 첫 판도를 그립니다.
시사점 — 이익의 중심이 차에서 운행으로
이번 사안의 본질은 한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자동차 산업의 이익 중심이 차를 파는 것에서 차가 운행하며 버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고, 그 이동의 속도는 기술이 아니라 각국의 제도가 결정한다는 것. 라스베이거스의 두 달과 서울의 두 해라는 시차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현대차그룹에게 이 시차는 양날입니다. 미국에서 완전 무인 서비스를 먼저 완성하면 규제가 정비된 뒤의 한국에 검증된 선점자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웨이모는 글로벌 규모의 경험과 데이터를 쌓고 테슬라는 비용 구조를 계속 낮춥니다. 한국 시장 문이 열리는 2028년의 경쟁은 지금과 전혀 다른 체급에서 벌어질 수 있습니다.주목할 지표도 명확합니다. 완성차의 분기 실적이 아니라 로보택시의 주당 유료 주행 건수, 마일당 운영비용, 그리고 운행 데이터의 소유 구조입니다. 차가 아니라 운행이 이익 구조를 바꾸는 시대가 이미 두 곳의 도시에서 열려 있습니다.
참고문헌
- Motional — Uber and Motional Launch Robotaxi Service in Las Vegas (2026. 3. 13.)
- TechCrunch — Motional puts AI at center of robotaxi reboot as it targets 2026 for driverless service (2026. 1. 11.)
- Hyundai Motor Group Newsroom — How Motional's Robotaxi is Making Driverless Vehicles a Safe, Reliable and Accessible Reality (2026)
- Hyundai Motor Group Story — Motional's Las Vegas Robotaxi Pilot: The Final Mile Before Launch (2026)
- Automotive World — Waymo's metric for 2026 success: one million weekly rides (2026. 10.)
- Unite.ai — Waymo Expands Fully Autonomous Ride-Hailing Across Five U.S. Cities (2026. 10. 27.)
- Tesla Investor Relations — 2026 Q3 Quarterly Update (2026. 10. 21.)
- 연합뉴스 — 2028년 광주서 로보택시 상용화…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 도입 (2026. 10. 23.)
- 동아일보 — 무인 로보택시 이르면 2028년 상용화…내년 실증차량 3000대 투입 (2026. 10. 23.)
- 블로터 — 테슬라·웨이모 로보택시, 한국행 조건은 (2026.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