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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사업보고서 깊이 읽기: 항암 신약 회사의 아무도 몰랐던 5가지 반전

해시우드 2025. 11. 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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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라는 이름은 주식 시장이나 뉴스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막상 "정확히 어떤 회사인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려운 기업입니다. 항암 신약 개발 회사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하게 얽힌 사업 구조와 놀라운 비전이 숨어있습니다. 숫자로 가득한 딱딱한 사업보고서, 그 행간을 파고들면 한 편의 대담한 전략서와 같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글에서는 HLB의 사업보고서를 깊이 파헤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랐던 5가지 놀라운 반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구명보트에서 시작해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신약 개발까지, HLB의 거대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시죠.

 

HLB 사업보고서 깊이 읽기: 항암 신약 회사의 아무도 몰랐던 5가지 반전

 

1. 항암 신약 회사의 시작은 '구명보트'였다

HLB의 가장 극적인 반전은 바로 사업의 기원에 있습니다. 지금의 첨단 바이오 기업 이미지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HLB의 뿌리는 바다에 있었습니다. 사업보고서의 '회사의 연혁'과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회사가 본래 구명정, 특수선박 등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선박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박의 필수 안전 장비인 구명정부터 관공선, 레저 선박에 이르기까지, HLB는 오랫동안 조선해양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2023년 5월, HLB는 선박사업부를 'HLB이엔지'로 물적분할하며 바이오 사업으로의 완전한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유망한 업종으로 갈아타는 수준의 변화가 아닙니다. 인명을 구조하는 '구명정'을 만들던 기술 기반의 회사가, 암과 싸우며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신약' 개발이라는 더 큰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과감한 도전이자 혁신이었던 셈입니다.

 

2. 계산된 도박: '적자'에 담긴 진짜 의미

HLB의 재무제표를 처음 본 투자자라면 '요약 재무정보'에 기록된 막대한 '영업손실'에 놀랄 수 있습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185억 1,600만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단순한 실패의 지표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에는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한, 조 단위 상금이 걸린 거대한 베팅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에 따르면, 이 막대한 손실의 주된 원인은 바로 연구개발(R&D) 비용, 특히 해외 종속회사의 임상 비용입니다. HLB는 미국의 핵심 자회사인 'Elevar Therapeutics'와 'Immunomic Therapeutics'를 통해 글로벌 신약 허가라는 목표 하나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임상시험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수십 년과 조 단위 비용이 투입되는 바이오 산업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즉, HLB의 재무제표에 나타난 적자는 실패의 상처가 아니라, 미래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계산된 도박'이자 담대한 야망의 증거인 것입니다.

 

3. 암 정복을 위한 두 개의 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HLB의 신약 개발 전략은 하나의 파이프라인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암이라는 거대한 적을 정복하기 위해, 두 개의 전문 자회사를 통해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라는 강력한 두 개의 칼을 동시에 휘두르는 정교한 이원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Elevar Therapeutics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Elevar Therapeutics는 암세포의 특정 지점을 정밀 타격하는 '스나이퍼'와 같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Rivoceranib)' 개발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 약물은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신생혈관 생성을 막아 종양을 굶겨 죽이는 기전으로 작동합니다. 특히 간암 1차 치료제로서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미국 FDA의 신약 허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17일, FDA로부터 최종보완요청서(CRL)를 수령하며 잠시 숨을 골랐지만, 같은 해 9월 20일 재심사 서류를 제출하며 신약 허가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드라마틱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Immunomic Therapeutics의 면역항암 플랫폼 'UNITE'

Immunomic Therapeutics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일깨워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총사령관' 같은 차세대 면역항암 기술을 개발합니다. 핵심 기술인 'UNITE' 플랫폼은 특정 암 항원을 면역세포에게 각인시키는 '면역계 훈련소' 역할을 합니다. 이를 통해 치료가 까다로운 뇌종양(교모세포종)과 같은 난치암을 공략하는 신약을 개발하며 HLB의 기술적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HLB의 전략적 통찰력은 이 두 가지 접근법을 결합한 데서 드러납니다. 암세포의 보급로를 직접 차단하는 '표적항암제'와 인체 면역 시스템 전체를 동원하는 '면역항암제'의 조합은, 암을 다각도에서 공격하여 내성을 극복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고도로 정교한 전략입니다.

 

4. 신약 너머의 의외의 사업들: 펨테크와 벤처캐피탈

HLB를 단순히 신약 개발 회사로만 알고 있었다면,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의외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입니다. HLB의 포트폴리오 설계는 리스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줍니다. 변동성이 크고 긴 호흡이 필요한 신약 개발의 여정에서, 소비재와 금융 같은 현금 창출 사업을 전략적 균형추로 활용하는 정교한 전략입니다.

 

첫째는 헬스케어 사업부를 통한 B2C 소비재 시장 진출입니다. 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회사가 여성 청결제와 Y존 케어 미스트 같은 '펨테크(Femtech)' 제품을 개발해 국내 대표 H&B 스토어인 '올리브영'에 입점시켰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놀라운 반전입니다.

 

둘째는 'HLB인베스트먼트'라는 벤처캐피탈(VC)을 직접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2021년 설립된 이 자회사는 벤처투자조합 결성을 통해 유망한 창업기업과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내부에서 찾는 것을 넘어, 외부의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발굴하려는 전략적 포석입니다.

 

5. 단순한 회사가 아니다: 57개 계열사를 거느린 'HLB 그룹'

사업보고서의 '계열회사 등에 관한 사항'을 보면 HLB의 진정한 규모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HLB는 단일 회사가 아닌, 상장사 10개와 비상장사 47개를 포함해 총 5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 집단, 'HLB 그룹'입니다.

 

이 방대한 기업 생태계는 단순한 사업 확장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신약 개발이라는 중심축을 두고 각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설계된 장기적인 비전의 일부입니다. 예를 들어, 'HLB인베스트먼트'(반전 4)는 그룹의 외부 안테나 역할을 하며 유망 바이오 벤처를 발굴하고, 이들이 HLB의 거대한 생태계(반전 5) 안으로 편입되어 핵심 파이프라인(반전 3)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그룹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혁신 플랫폼처럼 움직이는 것입니다.

 

결론: 미래를 향한 질문

HLB의 사업보고서는 한 기업의 재무 상태를 넘어, 거대한 비전과 끊임없는 도전의 기록을 담고 있었습니다. 구명정을 만들던 조선 기업에서 출발해(1), 수천억 원의 전략적 적자를 감수하며 미래에 베팅하고(2), 표적·면역항암제라는 이중 칼날로 암 정복을 꿈꾸며(3), 펨테크와 벤처캐피탈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4), 57개 계열사가 얽힌 거대한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5)하기까지. 이 모든 조각들은 HLB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입체적이며, 야심 찬 기업임을 증명합니다.

 

구명정을 만들던 회사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항암제를 만들기까지, 이 거대한 전환은 우리에게 혁신의 미래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HLB의 미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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