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기후 변화부터 통제 불가능한 인공지능(AI)의 등장까지,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 낸 거대한 위기 앞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를 꿰뚫는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는 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넥서스(Nexus)』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정보, 권력,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 강력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며, 몇 가지 놀랍고도 불편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인류의 진짜 문제는 '탐욕'이 아니라 '네트워크'라는 초능력이다
우리는 흔히 기후 위기나 전쟁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인간 개개인의 탐욕이나 오만함 같은 심리적 결함 탓으로 돌립니다. 몇몇 탐욕스러운 지도자나 이기적인 기업가 때문에 세상이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라리는 이러한 통념에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인류가 가진 막대한 힘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의 진짜 근원은 인간의 심리가 아니라, '대규모로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종족 고유의 능력'에 있다고 말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만이 수백만, 수십억 단위로 협력하며 문명을 건설하고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초능력이 오늘날의 위기를 낳은 핵심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이 관점은 우리의 위기를 개인의 심리 문제가 아닌, '네트워크 문제'로 재정의합니다. 문제는 몇몇 개인의 심리가 아니라, 우리 종을 정의하는 대규모 협력 네트워크의 내재된 구조 그 자체에 있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네트워크 문제다.
그리고 우리에게 힘을 부여하는 이 네트워크는 지극히 불안정한 연료, 바로 '정보'를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지혜로워진다는 착각
기술 시대에 우리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진실에 가까워지고,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라리는 이를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이라고 부릅니다. 이 믿음은 더 많은 데이터가 곧 더 나은 세상을 의미한다고 속삭입니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되는 '포퓰리즘적 관점'도 존재합니다. 이 관점은 전문가, 과학, 언론 등 모든 제도화된 정보 시스템을 불신하며, 이들이 대중을 속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엘리트 카르텔이라고 주장합니다. 정보는 진실로 가는 길이 아니라, 권력자들이 휘두르는 무기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하라리는 이러한 순진한 믿음의 위험성을 '마법사의 제자' 우화를 통해 경고합니다. 늙은 마법사 몰래 주문을 외워 빗자루에게 물을 길어 오게 한 제자처럼, 인류는 통제할 방법도 모른 채 더 강력한 기술과 더 방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불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자가 빗자루를 멈추는 주문을 몰라 홍수에 휩쓸릴 뻔했듯이, 우리 역시 우리가 불러낸 힘에 압도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자가 빗자루가 아니라 또 다른 마법사를 소환했다면 어땠을까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AI와 함께 마주한 현실입니다.
AI는 당신이 쓰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행위자'다
우리는 흔히 AI를 인간이 사용하는 또 하나의 편리한 '도구'로 생각합니다. 망치가 스스로 의지를 가질 수 없듯, AI 역시 인간의 통제하에 있는 도구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하라리는 이 생각이 근본적으로 틀렸다고 지적합니다. AI는 정보를 처리하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리며, 심지어 음악을 작곡하고, 예술을 창조하며, 새로운 과학적 발견까지 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행위자(agent)'입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모든 것을 바꿉니다.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 도구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비인간 지성과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힘을 실어준 존재가 우리 없이도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다.
이처럼 통제 불가능한 새로운 행위자의 등장은 우리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 속에서 인류는 아주 오래된, 그러나 지극히 위험한 유혹에 빠지곤 합니다.
포퓰리즘과 고대 신화가 건네는 소름 돋도록 똑같은 조언
현대의 포퓰리즘과 고대 그리스 신화 '파에톤' 또는 '마법사의 제자' 이야기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하라리는 놀랍게도 이 둘이 복잡한 위기에 대해 소름 돋도록 똑같은 조언을 건넨다고 말합니다.
그 조언이란 바로 "복잡한 시스템과 제도를 불신하고,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신이나 위대한 마법사가 개입할 것이라고 믿으라"는 것입니다. 전문가, 과학, 국제기구 등 복잡한 기관 대신,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한 명에게 모든 권력을 넘겨주면 그가 모든 것을 바로잡아 줄 것이라는 단순하고 매력적인 약속입니다.
이는 인류가 압도적인 복잡성 앞에서 얼마나 쉽게 단순하고 권위주의적인 해결책에 빠져드는지를 보여주는 위험한 경향입니다.
우리의 성공 비결 '허구를 믿는 능력'이 우리를 파멸시킬 수 있다
인류의 대규모 협력 네트워크는 무엇을 기반으로 할까요? 하라리는 그것이 바로 '허구(fiction)', 즉 신, 국가, 돈, 이데올로기처럼 실체는 없지만 우리가 함께 믿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이 허구를 믿는 능력이 바로 인류 성공의 가장 큰 비밀입니다.
하지만 이 능력은 양날의 검입니다. 문명을 건설하게 한 가장 큰 강점인 동시에, 나치즘이나 스탈린주의와 같은 파괴적인 이데올로기에 수백만 명이 휩쓸리게 만드는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류의 취약성은 AI 시대에 더욱 치명적입니다. AI가 그 어느 때보다 설득력 있는 허구를 대규모로 생성하고 퍼뜨릴 수 있는 세상에서, 허구를 믿는 우리의 능력은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는 가장 위험한 특성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허구를 창조하고 유포하는 역할을 비인간 지성에게 넘겨주기 시작했습니다.
결론: 제자와 새로운 마법사
결국 하라리의 통찰은 정보, 권력,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낸 네트워크 사이의 복잡하고 위험한 관계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됩니다. 우리는 공유된 허구 위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건설했지만, 그 결과를 온전히 통제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상상도 못 할 규모와 속도로 허구를 창조하고 조작할 수 있는 비인간 행위자를 바로 그 결함 많은 인간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해 버렸습니다.
AI가 스스로 정보와 지성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마침내 우리가 불러낸 힘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될까요, 아니면 통제 불가능한 새로운 마법사의 영원한 제자가 될 운명일까요?
'테크 튜토리얼 & 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옵시디언의 핵심 superpower: 링크와 백링크 완벽 가이드 (0) | 2025.10.23 |
|---|---|
| SSH 접속 시 "no matching host key type found. Their offer: ssh-rsa" 에러 해결 방법 (1) | 2025.09.30 |
| 유튜브 쇼츠로 돈 버는 법: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5가지 팁 (7) | 2025.06.07 |
| 삼성 갤럭시S 스마트폰의 One UI 6.1 업데이트를 통한 Galaxy AI 활용하기 (11) | 2024.11.07 |
| 우분투 환경에서 VirtualBox 실행 시 USB 장치 에러 해결 방법 (0) | 2024.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