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섭니다. 미국소매업협회(NRF)는 11월과 12월 두 달간 소매 매출이 작년보다 4.2% 늘어 총 1조 1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공식 전망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물가 부담 속에서도 소비자가 여전히 탄력적이라고 이 전망을 전했습니다.그런데 숫자를 소비자 설문으로 들여다보면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시몬-쿠처가 미국 성인 1,500명 이상을 조사했더니, 응답자들은 올해 연말 지출을 5.5% 줄이겠다고 답했습니다. 총액은 사상 최대인데 가구당 예산은 줄어드는 역설입니다.이 격차가 우연이 아닙니다. 소비가 사라진 게 아니라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게 이번 시즌의 구조적 본질이고, 블랙프라이데이 2026을 읽는 출발점입니다.

그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1조 달러, 할인을 의심하는 소비자 — 늦게 사고, 비교하고, AI에게 맡기는 겨울
총액 1조 달러와 가구당 -5.5%가 공존한다. 늘어난 것은 지출이 아니라 지출의 집중도이고, 줄어든 것은 예산이 아니라 광고에 대한 신뢰다.
① 1조 달러와 -5.5%가 동시에 성립하는 방법
두 조사의 차이는 조사 방법의 차이가 아니라 소비 지형의 단면입니다. NRF가 예측하는 1조 달러는 시장 전체의 매출, 즉 집계입니다. 시몬-쿠처가 측정한 -5.5%는 가구가 스스로 정한 예산, 즉 체감입니다.시몬-쿠처의 8번째 연례 연말 쇼핑 연구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연말 예산은 포기된 게 아니라 리셋됐다”. 저소득과 중간소득 가구는 압박이 뚜렷하고, 고소득 가구가 지출의 앵커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 전체가 늘어도 평균 이하의 가구는 줄어드는, 온도차가 벌어지는 구도입니다.
NRF 조사에서도 긴장의 흔적은 선명합니다. 올해 겨울 명절을 챙기겠다는 소비자는 91%로 건재하지만, 56%는 '경제 상황이 연말 지출 계획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습니다.시몬-쿠처 응답자들이 내놓은 대응 방법도 구체적입니다. 저축을 꺼내 쓰고, 할인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비용 관리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합니다.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계산하는 방식으로 명절을 지키는 것입니다.
- 1조 130억 달러(+4.2%) — NRF가 전망한 11~12월 미국 소매 매출, 사상 첫 1조 달러 돌파
- -5.5% — 가구당 올해 연말 계획 지출 증감(시몬-쿠처), 2024년 수준으로 리셋
- 91% / 56% — 명절을 챙기는 소비자 비율 / 경제 상황이 지출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NRF)
- 22% — 광고된 할인이 진짜 절약이라고 완전히 믿는 소비자 비율(시몬-쿠처)
② 기다림이 무기가 된 시즌 — 늦게 사는 64%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행동 변화는 속도입니다. NRF 10월 소비자 조사에서 연말 쇼핑의 대부분을 추수감사절 연휴에 몰아서 하겠다는 소비자가 64%로, 5년 전 51%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11월 전에 시작한다는 조기파(43%)도 있지만, 시즌의 무게중심은 확실히 늦은 쪽으로 이동했습니다.이 기다림은 게으름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조사 전문기관 TGM 리서치의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분석은 이를 “블랙프라이데이가 덜 중요해진 게 아니라 더 계획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소비자는 일부 구매를 미루고 더 강한 딜이 나올 때를 노립니다.가치의 정의도 바뀌었습니다. TGM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가 보는 가치는 표면 할인율이 아니라 가격에 배송비까지 합산한 총비용입니다. 같은 40% 할인이라도 배송비가 다르면 다른 상품이 되는 것입니다.
할인 광고에 대한 불신은 수치로 확인됩니다. 시몬-쿠처 조사에서 광고된 할인액이 진짜 절약을 반영한다고 완전히 믿는 소비자는 22%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프로모션을 의심하는 눈으로 검토한다는 뜻입니다.소매업계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국면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불신이 블랙프라이데이를 죽이지 않습니다. 의심하는 소비자일수록 검증 가능한 실질 딜이 나오는 시즌 최대 이벤트를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③ 온라인 사상 최저 — 오프라인의 반격과 경험 선물
올해 시즌의 두 번째 반전은 채널입니다. NRF 조사에서 연말 쇼핑 장소로 온라인을 선택한 소비자는 53%로, 2015년 이후 최저 비중입니다. 온라인이 여전히 1위 채널이지만, 성장 일변도의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입니다.오프라인으로 돌아온 이유는 경험입니다. 현장에서 만져보고, 즉시 가져오고, 쇼핑 자체를 명절 행사로 즐기는 가치가 배송의 편리함과 맞바꿈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몬-쿠처도 소비자들이 “명절 경험 자체를 보호하려 한다”고 진단합니다. 선물 예산은 줄여도 명절은 지키는 전략입니다.
선물의 종류도 바뀝니다. 올해 경험형 선물을 계획한 소비자가 27%로 5년 전 19%보다 크게 늘었고, 특히 Z세대가 이 흐름을 끌어 역대 최고치를 만들었습니다. 물건보다 추억을 사는 방향입니다.선물 희망 리스트도 전통적입니다. NRF 조사에서는 기프트 카드 47%, 의류 44%, 도서·미디어 25%, 퍼스널케어·뷰티 2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받는 사람은 선택권을, 주는 사람은 예산의 확실성을 원하는 결과입니다.
- 53% — 온라인 쇼핑 계획 비율(NRF), 2015년 이후 최저 — 채널 정체와 오프라인 반격
- 27% — 경험형 선물 계획 비율(NRF), 5년 전 19% 대비 급증, Z세대 주도의 역대 최고
- 47% / 44% / 25% / 24% — 받고 싶은 선물: 기프트 카드 / 의류 / 도서·미디어 / 퍼스널케어·뷰티(NRF)
④ AI가 대신 사는 첫 겨울 — 쇼핑 에이전트의 결제 인프라
올해 시즌을 이전과 가르는 세 번째 변화는 조수석에 앉은 AI입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시장을 양분하는 쇼핑 에이전트는 다섯 개로 압축됩니다. 챗GPT와 아마존 루퍼스, 퍼플렉시티, 알렉사+, 구글 AI 모드가 그 주인공이고, 각각 검색 우선형인지 구매 우선형인지, 열린 생태계인지 닫힌 정원인지로 갈립니다.결제 인프라도 따라붙습니다. 업계 매체 테크저널에 따르면 비자카드와 오픈AI가 2026년 6월 10일 챗GPT 에이전트가 연결된 비자카드로 사용자가 정한 한도 안에서 결제하는 협약을 발표했습니다. 다만 10월 현재 일반 소비자 대상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카드사들은 앞다퉈 레일을 깔고 있습니다. 비자는 '인텔리전트 커머스'로, 마스터카드는 '에이전트 페이'로 카드 토큰화 기술을 AI 에이전트로 확장하고 있고, 구글 주도 연합에는 페이팔과 어메릭익스프레스, 코인베이스까지 가세해 개방형 표경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결제가 점점 클릭이 아니라 위임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시몬-쿠처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비용 관리 도구로 AI를 쓰겠다고 답한 것과, 소매 데이터 관리 업계가 '에이전틱 커머스'를 올해의 화두로 꼽은 것이 방향을 같이 합니다.단, 이번 겨울은 과도기입니다. AI가 가격 비교와 리뷰 요약을 대신하는 것은 이미 일상이지만, 카드를 내주는 자율 결제는 이번 시즌에도 전면 개시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AI를 쓰는 시대에서 AI가 소비자를 위해 사는 시대로 넘어가는 첫 문턱이 이번 겨울입니다.
⑤ 한국 소비자가 챙겨야 할 네 가지
첫째, 미국 시즌의 가격 흐름은 곧 글로벌 온라인 몰의 가격 흐름입니다. 한국 소비자도 해외 직구와 온라인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시즌 최대 할인이 몰리는 추수감사절 연휴 전후의 짧은 기간을 노리는 편이 유리합니다. 미국 소비자 64%가 그 주말에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둘째, 표면 할인율을 믿지 마세요. 미국 소비자의 78%가 광고 할인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가 보여주듯, 진짜 절약은 장바구니에 미리 담아둔 평소 가격과의 비교에서 나옵니다. 가격 표시 앱이나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으로 과거 가격을 확인하는 습관이 이번 시즌의 기본기가 되었습니다.
셋째, 총비용으로 비교하세요. TGM 분석이 강조하듯 가치는 상품 가격이 아니라 배송비, 환불 조건, 환전 상황까지 합산한 총비용입니다. 국경을 넘는 직구에서는 환율과 배송 대행 수수료가 할인율을 순식간에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넷째, 선물 예산은 경험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물건 대신 공연, 전시, 여행, 클래스 같은 경험형 선물의 수요가 구조적으로 커지는 흐름은 한국에서도 같은 방향입니다. 받는 사람의 취향을 아는 만큼 실패 확률이 낮은 예산 배분이라는 점에서 예산 리셋 시대의 합리적 선택입니다.
참고문헌
- Reuters — US holiday sales growth to speed up as shoppers stay resilient, NRF forecasts (2026. 10. 15.)
- NRF — 2026 holiday shopping trends: What consumers are planning (2026. 10. 28.)
- NRF — Winter Holiday Data and Trends (2026. 10.)
- Simon-Kucher — The 2026 Holiday Shopping Reset: Insights from the 8th Annual Consumer Study (2026. 10.)
- TGM Research — Black Friday 2026: How Global Economic Shifts Are Influencing Consumer Spending (2026. 10. 5.)
- Salsify — Insights on Holiday Shoppers and 2026 Black Friday Trends (2026. 6. 25.)
- TechJournal — Agentic Commerce: How AI Agents Shop & Pay for You (2026. 10. 19.)
- Stellagent — AI Shopping Agent Showdown: ChatGPT, Rufus, Perplexity, Alexa+ and Google AI Mode (2026. 4. 4.)
- opascope — AI Shopping Assistant Guide 2026: Agentic Commerce Protocols (2026. 4. 16.)
- Internet Pros — Agentic Commerce 2026: AI Payments, Visa, Mastercard (2026. 6. 7.)
'생활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할로윈 초콜릿 대란, 코코아값 두 배가 한국 과자값을 흔든다 (0) | 2026.10.26 |
|---|---|
| 연말 쇼핑 예산은 줄이는데, 2751억 달러 신기록의 역설 (0) | 2026.10.24 |
| 미국 소비자심리 사상 최저 44.7, 내구재 구매가 먼저 무너졌다 (0) | 2026.10.22 |
| 미국 난방비 8.7% 폭등, 114달러 유가가 예고하는 한국의 겨울 (0) | 2026.10.18 |
| 커피값 인상의 진실, 아메리카노 원두값은 단 222원 (0) | 2026.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