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제정된 상속세법 이후 75년 동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세금을 '죽은 사람이 남긴 전체 재산'에 매길 것인가, 아니면 '각자 실제로 받은 몫'에 매길 것인가라는 과세의 기준점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전자, 이른바 유산세 방식을 고수해 왔는데, 이 틀을 상속인 개인별 과세로 바꾸는 개편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시행 목표는 2028년 1월 1일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 그대로 시행되면 배우자 공제는 10억 원, 자녀 공제는 1인당 5억 원으로 확대되고, 그 결과 순상속재산 18억 원을 배우자와 자녀 둘이 나눠 받는 가정의 상속세가 약 3억 6천만 원에서 약 286만 원으로 줄어드는 계산이 나옵니다. 99% 가까운 감소입니다.이 글에서는 왜 75년 만의 전환이 논의되는지, 개편안의 구체적인 숫자, 그리고 개편이 확정되지 않은 지금 상속과 증여 설계를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그림: 상속세 75년 만의 대전환, 받은 만큼만 내는 유산취득세 — — 18억 상속세 3.6억 원에서 286만 원으로
유산세는 '죽은 사람의 재산'에 과세하고, 유산취득세는 '받은 사람의 몫'에 과세합니다. 75년 만에 상속세의 축이 재산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는 전환입니다. 같은 유산이라도 상속인이 몇 명이고 어떻게 나눴는지가 세금을 결정하는 시대가 옵니다.
현행 유산세의 구조 — 세금이 '묶여서' 매겨지는 이유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순상속재산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봅니다. 여기서 일괄공제 5억 원(자녀 등 상속인이 있을 때 선택 가능), 자녀 공제 1인당 5천만 원,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을 차감한 뒤, 남은 과세표준에 10%(1억 원 이하)에서 50%(30억 원 초과)까지의 누진세율을 적용합니다.문제는 이렇게 산출된 세금을 상속인들이 총액에서 안분해 연대로 납부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받은 몫과 상관없이 유산 전체 규모가 세율 구간을 결정하기 때문에, 상속인 수가 많고 고르게 나눌수록 개인 입장에서는 자기 몫보다 높은 세율을 물게 됩니다. 과세의 기본 원칙인 응능부담, 즉 담세 능력에 따라 과세한다는 원리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주요국 사정을 비교하면 한국이 소수 진영에 속해 있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상당수 유럽 국가는 이미 상속인 각자의 취득분에 개별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체계를 쓰고 있고,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유산 전체에 과세하는 유산세 계열입니다. 75년 된 틀을 유지해 온 나라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고세율 50%까지 얹어 놓으니 '이중의 이상'이라는 비판이 국제 비교에서도 반복돼 왔습니다.가장 극단적으로 자주 거론되는 사례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상속입니다. 유족이 2021년에 납부하기로 한 상속세 규모가 약 12조 원에 달해 국내외 언론이 세계 최대급 상속세라고 보도했던 사건입니다. 유산세 방식과 높은 세율, 그리고 재산이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오너 기업 구조가 겹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입니다.
어디까지 왔나 — 개편의 타임라인과 남은 관문
유산취득세 전환 논의는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정부는 2022년 7월 세제개편안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침을 공식화했고, 2년 8개월을 더 고민한 끝에 2025년 3월 12일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 3월 19일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27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법안 2213706호)이 국회에 접수됐습니다.다만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안은 개편안에서 제외됐고, 별도로 추진됐던 세율 인하와 자녀 공제 상향안은 2025년 12월 국회에서 부결됐습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든 반대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2026년 10월 현재 유산취득세 전환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심사를 기다리는 계류 상태이고, 정부는 방향을 유지하며 시행 목표를 2028년으로 못 박아 두고 있습니다.
2028년이라는 시점에 숨은 뜻도 있습니다. 과세방식이 바뀌면 국세청의 신고·심리 시스템, 공제 증빙 절차, 국민 안내까지 손봐야 할 범위가 상당해서 법 통과 후 최소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2028년 시행을 지키려면 사실상 2026년 말부터 2027년 사이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기국회에서 세법 개정안 처리 볼이 가장 많은 10월부터 12월이 개편안의 실질적인 성패를 가를 관문입니다.
개편안은 법이 아닙니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2028년 시행도 없던 일이 됩니다. 지난해 12월 세율 인하안이 부결된 전례가 보여주듯, 마지막 관문은 여야 협의와 재정 논리입니다.
무엇이 바뀌나 — 공제 구조의 대개편
개편안의 핵심은 과세 단위를 상속인 개인으로 바꾸면서 공제 체계를 재설계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일괄공제 5억 원과 자녀 공제 5천만 원은 사라지고, 상속인별 인적공제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배우자는 10억 원까지, 배우자를 제외한 직계존비속은 1인당 5억 원, 그 밖의 상속인은 2억 원이 공제됩니다.특히 배우자 공제는 지금처럼 '실제 받은 몫이 법정상속분에 미달하는 경우'라는 조건 없이 법정상속분을 초과해 받은 경우에도 10억 원까지 공제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여기에 가족 전체 인적공제 합계가 10억 원에 미달하면 미달액만큼 추가 공제해 주는 인적공제 최저한 장치도 붙습니다. 소규모 상속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설계입니다. 아울러 사전 증여 재산의 합산 방식도 새 체계에 맞춰 손본다는 방침입니다.
- 과세 단위 — 유산 전체 일괄 과세에서 상속인별 개별 과세로 전환
- 배우자 공제 — 10억 원까지, 법정상속분 초과 수령분도 인정
- 직계존비속 공제 — 1인당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상향
- 기타 상속인 — 1인당 2억 원
- 인적공제 최저한 — 가족 합계 10억 원 미달 시 미달액 추가 공제
- 일괄공제 5억 원 — 폐지, 상속인별 인적공제로 흡수
- 세율 — 10~50% 누진체계는 유지하되 각자의 취득액에 적용
18억 원 상속의 두 얼굴 — 3억 6천만 원과 286만 원
숫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채무와 장례비를 제외한 순상속재산 18억 원을 배우자와 자녀 둘이 법정상속분(배우자 약 42.9%, 자녀 각각 약 28.6%)대로 나눠 받는 가정을 가정합니다.현행 유산세 방식에서는 배우자가 법정상속분대로 받아 배우자 상속공제가 0원이 되고, 일괄공제 5억 원을 적용한 과세표준은 13억 원입니다. 여기에 40% 세율과 누진공제 1억 6천만 원을 적용하면 상속세는 약 3억 6천만 원입니다.개편안의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계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배우자는 약 7억 7천만 원을 받고 10억 원 공제를 적용받아 세금이 0원이 됩니다. 자녀는 각각 약 5억 1천만 원을 받고 5억 원을 공제한 약 1,400만 원에 최저구간 10% 세율이 적용돼 1인당 약 143만 원, 두 명 합쳐 약 286만 원입니다. 같은 재산, 같은 배분인데 세금이 99% 줄어드는 것입니다.
공제의 절대량이 커진 덕도 크지만, 더 본질적인 차이는 누진세율이 각자의 몫에만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유산세에서는 18억 원이라는 덩어리가 곧바로 40% 구간을 만들지만, 유산취득세에서는 5억 원 안팎의 개별 몫은 최저구간에 머뭅니다. 상속인 수가 많고 고르게 나눌수록 이 구조적 혜택은 커집니다.실제로 배우자와 자녀 셋이 25억 원을 상속받는 경우 배우자 10억 원, 자녀 각 5억 원씩 인적공제만으로 상속세가 0원이 되는 구간이 생깁니다. 지금 같으면 일괄공제 5억 원을 빼고도 20억 원 과세표준에 수억 원대 세금이 나오는 크기입니다.
같은 유산이라도 상속인의 수와 배분 설계가 세금을 결정합니다. 유산세 시대에는 유산 규모가 곧 세율이었지만, 유산취득세 시대에는 나눔의 설계가 세율을 결정합니다.
승자와 패자 — 유리해지는 설계, 주의해야 할 설계
유리해지는 쪽은 명확합니다. 상속인이 여럿이고 재산을 고르게 나누는 일반 가정입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각자 공제를 받고, 개별 몫이 작아져 낮은 누진구간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자녀 수가 많은 가정일수록 절세 폭이 커지는 구조입니다.조건부로 주의가 필요한 쪽도 있습니다. 첫째, 상속인이 한 명뿐인 경우입니다. 단독 상속에서는 개별 과세나 인적공제 5억 원이 일괄공제 5억 원과 사실상 같아 세 부담 변화가 크지 않습니다. 둘째, 배우자에게 재산을 거의 남기지 않고 특정 자녀에게 집중시킨 설계입니다. 현행제에서는 배우자 실취득분이 법정상속분에 미달하면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했지만, 개편안에서는 배우자 공제가 10억 원으로 줄어듭니다. 예컨대 30억 원을 배우자에게 3억 원, 자녀에게 27억 원으로 나눈 경우 현행제 상속세는 배우자 공제 덕에 2억 4천만 원 안팎이지만, 개편안으로는 자녀의 개별 과세표준이 22억 원이 돼 7억 원을 넘는 세금이 나옵니다. 세율 인하를 노리고 배우자 몫을 줄여 온 설계는 반드시 재계산이 필요합니다.셋째, 사전 증여를 활용한 설계입니다. 증여 후 합산 규정이 새 체계에 맞춰 손보인다고 발표됐기 때문에, 개편 확정 뒤에는 지금까지의 증여 전략이 그대로 유효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개편은 공제 확대만이 아니라 합산과 증빙의 룰 전체를 다시 쓰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국회가 쥔 타이머 — 통과 못 받으면 없던 일이 된다
개편안의 걸림돌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재정입니다. 공제가 대폭 늘면 상속세·증여세 세수가 줄어드는데, 증대되는 감세 폭만큼 다른 재원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가 반대 측의 기본 논거입니다. 지난해 12월 세율 인하안이 부결된 이유도 결국 재정이었습니다.다른 하나는 정치적 균형입니다. 서민·중산층 상속 부담 완화라는 취지와 달리, 대형 상속에서 오너가문이 받는 절세 혜택이 크다는 비판이 늘 따라붙습니다. 반대로 지지 측은 개인별 과세가 오히려 과세 형평의 원칙에 맞고, 조기 상속을 유도해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고 맞섭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5년 10월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다룬 보고서를 낸 것도 이 논쟁이 입법 정국의 공식 쟁점이 됐다는 방증입니다.이 글을 쓰는 시점, 2026년 10월 기준으로 확정된 사실은 세 가지뿐입니다. 개편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것, 시행 목표가 2028년 1월 1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관문은 정기국회 표결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할 일 — 상속 설계 점검 3단계
개편이 확정되지 않은 시기의 원칙은 단순합니다. 지금은 현행법 기준으로 움직이되, 개편 시행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병행해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상속 예정 재산이 있다면 현행 유산세 기준과 개편안 기준의 두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특히 배우자에게 재산을 적게 배분하는 설계를 쓰고 있다면 개편 시 손해가 커질 수 있으므로 배분 비율을 다시 따져야 합니다.둘째 단계는 시점 관리입니다. 유산취득세는 시행일 이후 상속부터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라, 시행일 전후로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령 가족의 상속이 예상되는 가정이라면 개편 확정 여부와 시행일을 곁에 두고 관찰해야 합니다.셋째 단계는 증여 전략 점검입니다. 10년 내 증여재산 합산 규정과 사전증여 공제 방식이 개편 과정에서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개별 가정의 절세 효과를 좌우합니다. 개편안 통과 소식이 나오면 증여 일정을 다시 짜야 할 수 있습니다.
- 1단계 — 현행법과 개편안, 두 기준으로 상속세 시뮬레이션 하기
- 2단계 — 배우자 몫을 줄인 설계는 개편 시 불리해질 수 있어 배분 비율 재검토
- 3단계 — 증여 일정은 개편안의 합산 규정 확정 후 재조정
- 공통 — 개편 통과 시점과 시행일(2028년 목표) 추적, 12월 국회 결과 확인
- 주의 — 명의신탁이나 형식상 증여는 공제 확대와 무관하게 항상 과세 대상
시사점 — 나눔을 설계하는 시대의 개막
유산취득세 전환이 상징하는 것은 상속세의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지금까지 상속세는 '물려받는 행위 자체에 대한 벌금'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유산이 크면 무조건 높은 세율이 붙고, 그것을 받는 사람이 누구든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개편안은 여기에 '받은 사람의 담세 능력'이라는 정당성을 끼워 넣습니다.거시적으로 보면 자산이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로 이동하는 시기가 앞당겨진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상속인별 과세는 사전 증여와 마찬가지로 세대 간 이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초고령화로 상속 물량이 급증하는 한국에서 이 설계가 자산시장과 소비, 그리고 조기 은퇴·주거 선택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2028년 시행 이후 관찰해야 할 지표입니다.물론 남은 관문은 명확합니다. 국회입니다. 2026년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개편의 모든 숫자는 백지가 되고, 75년 된 유산세 체계는 다음 정기국회까지 그대로입니다. 반대로 통과되면 개편이 확정된 그날부터 수많은 가정의 상속 설계가 새 규칙 위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상속세 개편 뉴스를 접할 때 확인해야 할 것은 세부 공제액이 아니라, 법안 처리 시점입니다.
참고문헌
- The Korea Herald — Korea to revamp inheritance tax for 1st time in 75 years (2025. 3.)
- The Chosun Ilbo (English) — South Korea to replace estate tax system with inheritance tax by 2028 (2025. 3. 12.)
- Bloomberg Tax — South Korea Assembly Considers Bill to Partially Amend Inheritance Tax and Gift Tax Act, Bill No. 2213706 (2025. 10. 31.)
- National Assembly Budget Office (국회예산정책처) — Transition of Inheritance Tax from Estate Tax to Inheritance Acquisition Tax, Vol. 99 (2025. 10.)
- Ministry of Economy and Finance —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상속세법 등 입법예고, 보도·참고자료 (2025. 3. 19.)
- SBS 뉴스 — 상속세 75년 만 대수술, 각자 받은 재산별로 '유산취득세' (2025. 3. 12.)
- The Investors (더인베스터) — Korea to revamp inheritance tax for 1st time in 75 years (2025. 3.)
- Maeil Business Pulse — Gov't to overhaul inheritance tax rules for first time in 75 years (2025. 3.)
- Taxtimes — 정부,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개편안 공개, 올해 국회 통과 시 2028년 시행 (2025. 3. 12.)
- Asia Business Daily (아시아경제) — Government Converts Inheritance Tax to Inheritance Acquisition Tax (2025. 3. 12.)
- 아현세무 법률 칼럼 — 유산취득세 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금, 상속을 서두르기보다 (2026. 8.)
'법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본 카스하라 방지법 시행, 한국 노동자는 여전히 무방비 (0) | 2026.10.15 |
|---|---|
| 예측시장 금융인가 도박인가, 39개 주가 미 대법원에 (0) | 2026.10.12 |
| 임금체불 징역 5년, 사장도 수갑 채우는 시대가 왔다 (0) | 2026.10.09 |
| 공정위 다크패턴 13개 유형, 구독료 몰래 인상 못 한다 (0) | 2026.10.06 |
| 아빠 출산휴가 출산 전 50일, 2026 노동법 개정 총정리 (0) | 2026.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