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된 비쟁점 민생법안 103건 중에 전세사기 피해자의 운명을 바꾸는 법 하나가 숨어 있었습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입니다. 핵심은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경매와 공매가 끝났는데도 돌려받은 돈이 보증금의 3분의 1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국가가 채워준다.이 법은 공포 후 6개월 뒤인 2026년 11월 13일부터 시행됩니다. 시행까지 한 달 반 남았습니다. 정부가 공식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미 4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 76%가 청년층입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집도 삶의 터전도 잃은 사람들에게 국가가 직접 나서는 첫 제도라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임대차 시장의 위험 분담 구조를 바꾸는 실험입니다.

그림: 전세사기 보증금 3분의 1 국가가 채워준다 — — 경매 끝나도 1/3 못 받으면 국가 지원… 신탁사기는 선지급, 11월 13일 시행
지난 3년간 전세사기 피해자의 최대 비극은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 당한 뒤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개정은 그 마지막 안전망을 국가가 맡겠다는 선언입니다. 다만 저울은 남겨진 숙제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바뀌나 — 최소보장제의 설계
기존 특별법은 피해자로 인정되면 경·공매 절차에서 우선매수권(남보다 먼저 내 집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주고, 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해 최장 10년 거주하게 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돈을 돌려받는 문제는 여전히 경매 결과에 맡겨져 있었고, 깡통전세가 된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낙찰가는 보증금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법이 있었지만 회수는 운이었다는 뜻입니다.개정안은 여기에 최소보장제를 새로 얹었습니다. 경·공매 회수금, LH 매입 차익 지원, 그 밖의 각종 반환금을 모두 합산했는데도 보증금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분을 국가가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신탁사기 등 일부 유형의 피해자에게는 선지급·후정산 방식이 적용됩니다. 경매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보증금의 일부(30~50%)를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경매 결과에 따라 정산하는 방식입니다.시행 시점도 정해졌습니다. 법 공포 후 6개월이 지나는 11월 13일부터 본격 시행되며, 일부 개정 규정은 올해 1월 2일부터 이미 효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뒤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에는 최소보장금 관련 예산 279억 원이 미리 편성돼 있습니다.
- 최소보장제 — 경·공매·기타 반환금 합산 후에도 보증금 3분의 1 미달 시 부족분 국가 지원
- 선지급·후정산 — 신탁사기 등 일부 유형 피해자는 경매 전 보증금 30~50% 먼저 수령 후 정산
- 소급 구제 — 이미 경·공매가 끝난 사건도 회수금이 3분의 1에 미달이면 다시 신청 가능
- 사각지대 해소 — 신탁사기, 위반건축물 거주 등 그동안 인정이 어려웠던 유형의 구제 근거 마련
- 시행일 — 2026년 11월 13일 (일부 규정은 2026년 1월 2일부터 시행)
왜 3분의 1인가 — 숫자의 산수
왜 전액이 아니라 3분의 1일까요. 여기에는 두 겹의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첫째는 회수율의 현실입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대개 경매에 넘어가는데, 세입자의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있어도 배당은 낙찰가에 좌우됩니다. 낙찰가가 감정가의 절반에 그치는 사기 주택이 부지기수라는 게 정부 집계의 배경입니다. 국가가 보장하는 하한선을 전액으로 잡으면 사기의 사실상 전액을 세금이 떠안는 셈이 되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3분의 1은 이 이익의 딜레마에서 나온 타협점입니다.둘째는 예산의 산수입니다. 공식 인정 피해자가 4만 명이고 청년층 평균 전세보증금을 수천만 원 수준으로만 잡아도, 만약 전원이 최소보장을 청구하면 예상 금액이 조 단위에 이릅니다. 추경에 편성된 279억 원은 첫해 시동 자금의 성격이며, 실제 수요는 청구율과 회수율에 따라 결정됩니다. 참여연대가 2026년 국회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요구했던 최소보장 방안 마련과 피해자 인정 범위 확대가 개정안에 대체로 반영됐지만, 재원 규모를 두고는 시행 이후에도 논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보장제의 진짜 의미는 금액이 아니라 순서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는 개인이 감당하는 리스크였다면, 이제는 사회가 분담하는 리스크로 재분류된 것입니다. 보험은 아니지만 보험의 역할을 국가가 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신탁사기가 왜 따로 빠져 있나 — 선지급의 배경
개정안에서 가장 눈여겨볼 곳은 신탁사기에 선지급·후정산을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신탁사기는 집을 사고팔 권한이 없는 사람이, 잘못 짠 신탁 계약의 허점을 이용해 남의 집을 세줘 버리는 유형입니다. 2023년 인천과 김포를 강타했고 피해자 수천 명을 한 번에 만들어낸 것이 이 방식이었습니다.신탁사기가 특별한 이유는 집 자체는 멀쩡하다는 데 있습니다. 사기 주택이라도 실제 부동산 가치가 있어 경매가 잘 나온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권리 관계가 꼬여 있어 경매가 지연되면 피해자는 그동안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이자를 물며 버텨야 했습니다. 선지급·후정산은 이 시간의 문제를 푸는 장치입니다. 집값이 남아 있는 만큼 나중에 정산해도 되니, 일찍부터 돌려주겠다는 논리입니다.함께 통과된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개정과 맞물려 신탁업계의 위탁 계약 신탁 금지가 법제화되면서, 신탁사기가 재발할 수 있는 제도적 구멍도 함께 메워진다는 평가입니다.
4만 명의 시차 — 지금 해야 할 일
제도는 11월에 시행되지만 피해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들어서도 매월 피해지원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수백 명씩 피해자를 새로 가결하고 있고, 6월 한 달에만 618건이 결정됐습니다. 누적 피해자는 6월에 3만 9천 명을 넘었고 7월에는 4만 명에 다가서며, 경기·인천에만 1만 2천 명이 몰려 있습니다.지원 인프라도 확장 중입니다. LH는 피해 주택 6,000호가 넘는 물량을 매입해 왔고, 최근에는 다가구주택 매입 요건까지 완화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국토부·HUG와 협약을 맺고 청년 피해자 지원 재원을 80억 원 규모로 확대했습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이런 지원 채널이 하나의 흐름으로 묶이고 있는 것입니다.다만 여전히 남은 지점도 분명합니다. 피해자 단체들은 공동 논평을 통해 피해자 인정 요건 자체가 좁다는 점을 계속 지적해 왔습니다. 인도와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갖추지 못한 경우나, 특유의 사기 유형이 기존 요건에 정확히 대응하지 않는 경우는 최소보장제가 시행돼도 구제와 거리가 있습니다. 법이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라, 누구를 피해자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시행 이후에도 이 법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남습니다.
시장에 남는 것 — 위험의 재가격
이 개정이 임대차 시장 전체에 남길 그림은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첫째, 전세 리스크의 가격이 변합니다. 지금까지 전세의 사기 위험은 세입자 개인이 무료로 떠안았습니다. 국가가 3분의 1까지 보장하기 시작하면 그 위험의 일부가 재정으로 이전되고, 이는 결국 보증보험 요율,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심사, 임대인 신용 평가 방식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동이 구조적으로 고착됩니다. 사기 가능성이 현실화된 이상 보증금을 크게 묶는 전세 상품 자체가 축소되고, 이는 이미 진행 중인 월세 전환을 한층 가속합니다. 셋째, 한시법의 지속 여부가 관리 포인트입니다. 특별법은 한시법입니다. 피해 신청이 마감되는 시점에서 최소보장 재원이 어떻게 정산되는지가, 이 제도가 사후 대응으로 끝나는지 상시 안전망으로 자리 잡는지를 결정합니다.전세사기 특별법은 2023년 제정된 뒤 3년간 수차례 손질되며 한국 주거 사상 가장 많이 이야기된 한시법이 됐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법의 뼈대는 다 갖춰졌습니다. 남은 것은 뼈대가 실제로 움직이는가입니다. 11월 13일, 4만 피해자의 첫 청구가 그 시운전이 됩니다.
- ① 위험 재가격 — 전세 사기 리스크의 일부가 세입자 개인에서 국가 재정으로 이전, 보험·대출 심사에도 반영될 변수
- ② 월세 전환 가속 — 전세 상품 축소라는 이미 진행 중인 흐름을 개정 법이 한층 굳히는 효과
- ③ 한시법의 정산 — 신청 마감 후 재원이 어떻게 정산되는가가 사후 대응과 상시 안전망의 갈림길
참고문헌
- 전자신문 —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보증금 3분의 1 국가 보장 (2026. 4. 23)
- 연합뉴스TV — 국립의전원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 (2026. 4. 24)
- 연합뉴스 — 전세사기 피해 보증금 3분의 1 보장…신탁사기엔 선지급·후정산 (2026. 4. 23)
- 뉴시스 — '전세사기특별법·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2026. 4. 23)
- 중앙일보 — "보증금 최소 3분의 1 보장"…전세사기 최소보장제 국토위 의결, 추경 279억 편성 (2026. 4. 15)
- 아이뉴스24 —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최소보장제' 6개월 뒤 시행, 예산·세부지침이 관건 (2026. 5. 10)
- 매일경제 — 전세사기 피해자 보증금 30~50% '일단 지원'…선지급 후정산 한다 (2026. 3)
- 아시아투데이 — 참여연대, 2026년 국회 최우선 과제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제시 (2026. 1. 6)
- 연합뉴스 — 전세사기 피해자 누적 3만9천명 넘어서…76%가 청년층 (2026. 6. 9)
- 경기일보 —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 '4만명' 눈앞…경기·인천 1만2천명 넘어 (2026. 7. 8)
- 신아일보 — LH, 다가구 매입 요건 완화 등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확대
- 디지털데일리 — KB국민은행, 국토부·HUG와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확대 협약, 누적 80억 원 (2026. 6. 10)
- 국가법령정보센터 —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시행규칙 (법제처)
- 한국토지주택공사(LH) —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및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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