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2026년 1월 20일 공포되며, 해외 직구 시장과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에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개인 간 거래 플랫폼에도 소비자 보호 의무가 신설된다. 해외직구 소비자 불만이 1년 새 56% 급증한 가운데, 이번 개정이 1,300만 해외직구 이용자의 권익 보호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 전자상거래법 개정의 핵심: 3대 축
이번 개정은 현행 전자상거래법이 사업자·소비자 간(B2C) 거래에 맞춰 설계되어 최근 급성장한 개인 간(C2C) 거래와 해외 직구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정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① 해외사업자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화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해외사업자 중 일정 규모 이상은 반드시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3월 11일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대리인 지정 대상은 다음 세 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하는 사업자다.
- 전년도 매출액 1조 원 이상인 해외사업자
- 월평균 국내 소비자 100만 명 이상이 사이버몰에 접속한 해외사업자 (직전 3개월 기준)
- 공정위로부터 보고 및 자료·물건 제출을 요구받은 해외사업자
국내에 지사나 지배 법인이 있을 경우 이를 대리인으로 지정해야 하며, 국내대리인을 두지 않으면 영업정지 조치까지 가능하다. 이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플랫폼이 한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법적 책임을 회피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거는 조치다.
② C2C 개인거래 플랫폼 규율체계 신설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에 개인판매자 신원정보 확인·제공 의무가 신설된다.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개인판매자의 성명·전화번호·주소 등을 확인하고, 분쟁 발생 시 소비자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행법은 B2C 거래에만 소비자 보호를 적용해 C2C 거래에서의 사기·피해 구제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다만 시행령 개정안에서 플랫폼의 개인판매자 신원정보 확인 범위를 일부 축소하는 방향을 검토하여,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플랫폼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③ 사기성 사이트 임시중지명령 강화 + 이용후기 공개 의무
공정위가 사기성 사이트에 대해 임시중지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 강화된다. 또한 플랫폼에 이용후기 정보 공개 의무가 신설되어, 소비자가 다른 구매자의 후기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의무화된다. 이는 허위·기만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다.
또한 개정 법률에 다크패턴 5개 유형이 반영되어, 소비자의 선택을 방해하거나 오도하는 UI·UX 디자인이 금지된다. 다크패턴은 '쉽게 가입하기, 어렵게 탈퇴하기', '허위 마감 알림', '강제 업셀링' 등 소비자를 속이는 디자인 패턴을 말한다.
2. 알리익스프레스·테무, 공정위 제재 이력
전자상거래법 개정의 직접적 계기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소비자 피해 급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8월 알리익스프레스의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제재를 발표했고, 2025년 6월에는 테무에 과징금 3억 5,700만 원과 전자상거래법 위반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했다.
테무의 경우 온라인몰 운영자로서 신원정보 및 이용약관을 초기화면에 명확히 표시하지 않은 혐의로 전자상거래법 위반이 적용됐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소비자 기만 광고와 허위 표시로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훼손했다. 두 플랫폼 모두 한국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을 이룩하면서도, 소비자 보호 의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정위는 알리·테무와의 자율협약을 통해 물품 모니터링을 강화해 왔으나, 자율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법적 강제력을 갖춘 국내대리인 의무화로 나아간 것이다.
3. 해외직구 소비자 불만, 1년 새 56% 급증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해외직구 관련 소비자 불만이 1년 새 56% 급증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C커머스 이용이 폭증하면서 불만 접수도 함께 폭등한 것이다.
주요 불만 유형은 결제 후 미배송, 허위 광고와 실제 상품 불일치, 결제 후 환불 거부, 위해 상품 유통 등이다. 특히 어린이용 제품에서 납·카드뮴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관세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해외직구 제품 안전성 조사를 매월 실시하고 있으며, 2026년에도 계속해서 부적합 제품이 적발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5년 9월 한국수입협회와 함께 자발적 안전성 검사를 진행해 높은 적합률을 기록하며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으나, 근본적인 법적 규제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어 왔다.
4. 시행 시기와 시장 영향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2026년 1월 20일 공포되었으며,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는 시행령이 확정되는 시점부터 적용된다. 공정위는 2026년 3월 11일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시행령이 확정·공포되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대형 해외 플랫폼은 즉시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시장 영향은 양면적이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해외사업자가 한국 법률을 준수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소비자 피해 구제가 용이해진다. 국내대리인이 있으면 소비자 불만 접수·조사·제재가 직접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또한 C2C 플랫폼에서의 사기 피해도 구제 경로가 마련된다.
부정적 측면으로는 해외 플랫폼이 국내대리인 지정 비용을 상품 가격에 전가하거나, 한국 시장 진출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소형 해외 셀러는 규제 부담으로 한국 직송을 중단할 수도 있다. 다만 매출 1조 원이나 월 100만 명이라는 기준이 상당히 높아, 실제 대상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아마존 등 초대형 플랫폼으로 제한된다.
5. 추가 개정 움직임: 후기 조작 금지
2026년 6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전자상거래법 추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 내 후기 조작·삭제 등 기만 행위 방지를 핵심으로 한다. 플랫폼이나 판매자가 부정적인 이용후기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허위 후기를 작성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는 기존 개정안의 '이용후기 정보 공개 의무'를 한 단계 더 강화하는 것으로, 후기 조작 자체를 법적 금지 사항으로 명시하겠다는 취지다. C2C 거래 확산에 따른 소비자 피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플랫폼의 투명성 의무를 전면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6. 소비자 대응 가이드: 알아둘 5가지
① 국내대리인 확인
해외직구 플랫폼 이용 전, 해당 사업자가 국내대리인을 지정했는지 확인한다. 국내대리인이 있으면 피해 발생 시 한국 법률에 따른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정위 웹사이트에서 국내대리인 지정 현황을 확인할 수 있을 예정이다.
② C2C 거래 시 판매자 정보 확인
당근마켓·번개장터 등에서 거래 시, 플랫폼이 판매자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개정법 시행 후 플랫폼은 분쟁 발생 시 판매자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③ 다크패턴 인지
'마감 임박', '단 2개 남음' 등의 허위 희소성 표시, 탈퇴 버튼 숨기기, 강제 업셀링 등의 다크패턴에 주의한다. 이러한 행위는 개정법으로 금지된다.
④ 위해 상품 안전정보 확인
해외직구 제품, 특히 어린이용·전기·화학 제품은 한국관세·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성 조사 결과를 확인한다. 해외직구정보포털(consumer.go.kr)에서 월별 안전성 조사 결과가 공개된다.
⑤ 피해 발생 시 신고 경로
해외직구 피해 발생 시 한국소비자원(1372)에 접수할 수 있다. 국내대리인이 지정된 해외사업자의 경우, 공정위가 직접 조사·제재할 수 있다. C2C 거래의 경우 플랫폼에 판매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7. 결론: 규제의 사각지대를 메우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은 디지털 거래 환경의 변화에 법이 뒤따라간 의미 있는 조치다. 해외직구 1,300만 시대에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C2C 거래의 법적 회색지대를 정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규제의 실효성은 국내대리인 지정 감시 체계, 플랫폼 준수 압박, 소비자 신고 접근성 등에 달려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자발적 안전 관리로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 없는 자율 규제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다. 이번 개정이 실질적인 소비자 권익 보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적극적인 집행 의지와 플랫폼의 성실한 의무 이행이 동시에 필요하다. 해외직구 이용자 1,300만 명의 눈이 공정위와 플랫폼에 쏠려 있다.
참고문헌
1. "해외사업자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화…개인거래 플랫폼 책임 강화한다", 아주경제, 2025년 12월 30일. ajunews.com/view/20251230153211994
2.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해외사업자 국내대리인 지정 기준 구체화", Lexology, 2026년 3월 16일. lexology.com
3.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및 공정위의 플랫폼 불공정약관 심사 관련 시사점", Lexology, 2026년 5월 14일. lexology.com
4.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통과, 무엇이 달라지나", Lexology, 2025년 12월. lexology.com
5. "테무, 소비자 기만 광고로 공정위 첫 제재…과징금 3억5천만원", 연합뉴스, 2025년 6월 11일. yna.co.kr/view/AKR20250611063700002
6. "알리익스프레스의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 제재", 정책브리핑, 2025년 8월 31일. korea.kr
7. "해외직구 불만, 1년새 56% 급증…C커머스 공습에 절반 이상", 일요서울, 2025년 10월 4일. ilyoseoul.co.kr
8. "추경호 의원, 개인간 거래 피해예방 위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발의", EBN, 2026년 6월 14일. ebn.co.kr
9. "공정위, 국내대리인 기준 마련·반복 위반 과징금 강화 등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Investing.com, 2026년 3월. kr.investing.com
10. "해외직구제품 안전성 조사 결과", 해외직구정보포털, 2026년 월간. consume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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