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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EU AI법 16개월 유예, 7% 과징금은 그대로다

by 해시우드 202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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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인공지능법(AI Act)이 8월 2일부로 전면 시행 국면에 들어갔다. 그런데 정작 기업들 사이에서는 '16개월을 벌었다'는 안도와 '그래도 과징금 7%는 그대로'라는 긴장이 동시에 흘러나온다.지난 7월 27일, 시행을 불과 엿새 앞두고 EU는 이른바 '디지털 옴니버스(Digital Omnibus)' 규정 2026/1744호를 발효시켜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핵심 의무의 적용 시점을 2027년 12월로 16개월 미뤘다.

그림: EU AI법 16개월 유예 — — 7% 과징금은 그대로, 기업이 지금 준비할 것

그림: EU AI법 16개월 유예 — — 7% 과징금은 그대로, 기업이 지금 준비할 것

겉으로 보면 규제 완화로 읽힌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유예된 것과 유예되지 않은 것이 뚜렷이 갈린다. 글로벌 AI 시장의 '규제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순간이다.이번 글에서는 옴니버스가 정확히 무엇을 바꿨는지, 8월 2일부터 여전히 발효된 조항은 무엇인지, 그리고 네이버·카카오·삼성 SDS 같은 한국 AI 기업이 왜 이 문제를 남의 일로 볼 수 없는지 순서대로 정리한다.

옴니버스 2026/1744호 — 무엇이 16개월 밀렸나

EU AI Act는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으로, 2024년 8월 발효 이후 단계적으로 적용돼 왔다. 원래 일정상 2026년 8월 2일은 '고위험(high-risk) AI 시스템'에 대한 본격 의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고위험 AI란 채용·신용평가·의료기기·사법행정 같은 개인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AI를 말한다. 이 분야에는 리스크 관리 체계(9조), 데이터 거버넌스(10조), 기술 문서화(11조), 사후 모니터링(72조) 같은 무거운 의무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EU 집행위는 6월, 회원국과 업계의 강한 반발을 받아들여 '경쟁력 패키지'라는 이름 아래 이 의무들의 적용을 2027년 12월 2일로 연기했다.표면적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고위험 분류와 적합성 평가를 위한 기술 표준(하모나이즈드 스탠더드)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둘째, 미국·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유럽 기업이 불리해진다는 우려다.

16개월 유예는 포기가 아니라 재정비다. EU는 규제를 철회한 게 아니라 시계를 늦췄을 뿐이고, 그 사이 벌금 조항과 투명성 의무는 이미 살아 있다.

8월 2일부터 '여전히' 발효된 것들

옴니버스가 밀어낸 건 고위험 의무 일부다. 나머지는 예정대로 시행에 들어갔다. 크게 세 덩어리다.

  • 범용목적 AI(GPAI) 규제: OpenAI, 구글, 앤트로픽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 제공자는 8월 2일부터 EU AI 사무국의 감독 대상. 평가·훈련 데이터 공개 범위·사이버보안 의무가 당장 적용되며 위반 시 글로벌 매출의 3%까지 과징금.
  • 투명성 의무(Article 50): AI가 생성한 콘텐츠라는 사실 표시, 딥페이크 표기, 이용자가 AI와 상호작용 중임을 알리는 의무가 8월 2일부터 발효. 챗봇·AI 회의록 앱·생성형 검색이 모두 여기 해당.
  • 금지 관행 단속: 2025년 2월부터 이미 발효된 '조작적 AI·사회 점수제·실시간 생체인식' 금지는 위반 시 세계 매출의 7% 또는 3,500만 유로 중 큰 금액. 이미 사무국에 접수된 신고만 수백 건으로 알려졌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고위험 부담은 미뤄졌지만, 투명성·금지·GPAI라는 세 방향에서는 이미 규제가 작동 중'인 셈이다. 16개월의 시간은 사실상 EU 역내 테스트와 적합성 평가 인프라를 다듬는 기간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과징금 구조 — 7·3·1.5%의 삼단 압박

  • 금지 관행 위반: 글로벌 매출의 7% 또는 3,500만 유로
  • 고위험 의무·GPAI 데이터 의무 위반: 3% 또는 1,500만 유로
  • 규제기관에 부정확한 정보 제공: 1% 또는 750만 유로

GDPR의 4%보다 높은 7%라는 상한은 'AI는 개인정보 이상으로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EU의 판단을 보여준다. 연매출 70조 원 규모의 빅테크라면 최악의 경우 한 번에 4조 9천억 원 규모의 벌금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 AI 기업에 남겨진 숙제

EU AI Act는 역외 적용(extraterritorial) 구조를 갖는다. 유럽에 서버를 두지 않아도 결과물이 EU 시민에게 '사용'되면 적용 대상이 된다.이미 네이버·카카오가 유럽에서 검색·번역·AI 요약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삼성 SDS·LG CNS·스켈터랩스 등 B2B AI 사업자는 유럽 고객사의 '배포자(deployer)' 요구를 충족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Article 50 투명성 의무는 이미 발효됐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생성형 AI 서비스가 유럽 IP로 접속되는 순간 'AI 생성 콘텐츠 표기'와 '딥페이크 라벨링' 의무가 발동한다. EU가 5월에 공개한 투명성 지침 초안은 표기 방식·언어·시각적 기준까지 세부적으로 정해 놨다.더 나아가 EU의 고위험 분류가 2027년 12월까지 연기됐다는 사실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인공지능기본법(2026년 1월 시행)이 EU AI Act를 벤치마킹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EU 일정이 밀리면서 국내 시행령·고시도 흔들릴 여지가 생겼다. 규제를 맞춰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표준이 두 개로 갈라지는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

진짜 비용은 벌금이 아니라 '이중 규격'이다. 한국 법과 EU 법이 서로 다른 시계로 돌아갈 때, 그 갭을 메우는 건 언제나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부서다.

2027년까지의 시나리오와 시사점

첫째, EU는 유예 기간 동안 하모나이즈드 스탠더드를 완성하고, 역내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 업계의 추가 로비가 이어진다면 2027년 말에 또 한 번의 미세 조정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둘째, GPAI 규제는 8월부터 그대로 흘러간다. 대규모 언어모델 공급자가 내놓는 평가 결과와 훈련 데이터 요약본이 사실상 '글로벌 표준'으로 굳어지는 효과가 있다. 이는 훗날 한국 기업이 제출할 문서의 양식을 사실상 EU가 결정한다는 의미다.

셋째, 미국·영국·일본은 EU의 온도를 지켜보고 있다. 옴니버스 유예는 이들 국가에 '규제는 유연하게 가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글로벌 AI 규제가 EU 한 방향으로 수렴하지 않고 다극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 EU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EU 기업과 협업 중이라면 ①사용 중인 AI 모델의 GPAI 해당 여부 ②생성 콘텐츠 라벨링 UI 적용 여부 ③딥페이크 감지·표기 정책 문서화 — 이 세 가지는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최소 목록이다.

EU AI법 옴니버스는 '규제 후퇴'로 읽히지만, 실상은 시행 타이밍의 재설계에 가깝다. 16개월이라는 시간은 기업에게는 준비 기간이 되고, EU에게는 표준을 완성하는 시간이 된다.한국 기업 입장에서의 교훈은 분명하다. 규제를 기다리는 기업은 뒤처지고, 유예 기간을 활용해 컴플라이언스 인프라를 깔아두는 기업만이 2027년 12월 이후의 시장에서 벌금이 아닌 기회를 챙길 수 있다.

  1. Digital Omnibus Regulation (EU) 2026/1744, 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 2026-07-27
  2. European Commission, "AI Act: Rules for General-Purpose AI Models Enter into Application", August 2026
  3. EU AI Office, "Draft Guidelines on Article 50 Transparency Requirements", May 2026
  4. Reuters, "EU Delays High-Risk AI Act Obligations Until December 2027", July 2026
  5. Financial Times, "Brussels Bows to Industry Pressure on AI Rules", June 2026
  6. Nikkei Asia, "EU's AI Act Delay Raises Compliance Costs for Asian Tech Firms", August 2026
  7. The Verge, "What the Digital Omnibus Actually Changes in the AI Act", July 2026
  8. Bloomberg, "Big Tech Wins Reprieve as EU Pushes Back AI Act Deadlines", July 2026
  9.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안)」, 2026
  10. European Parliament, "Regulation (EU) 2024/1689 Artificial Intelligence Ac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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