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김석범 부장판사)는 테슬라 차주 89명이 테슬라코리아를 상대로 낸 FSD(완전자율주행) 옵션 구매대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차주들은 구매대금을 전액 돌려달라는 청구가 1심에서 전부 기각된 것입니다.원고들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구매 시점에 따라 600만~1000만원을 주고 FSD 옵션을 산 사람들입니다. 테슬라코리아는 2017년 3월부터 국내에서 이 옵션을 판매했지만, 소송 제기 시점까지 '운전자 개입 없는 완전자율주행'은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차주들은 2024년 12월 계약 해제와 대금 반환을 요구하며 법정에 나왔고, 약 2년 만에 결론이 나왔습니다.'미래 기능'에 수백만 원을 지불하고 수년을 기다린 소비자들이 법원 앞에서 '당신이 산 것은 완전자율주행이 아니었다'라는 결론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이 어떤 논리로 조립됐는지를 정확히 읽는 일은, 비슷한 옵션을 앞으로 사게 될 모든 소비자에게 필요합니다.

그림: 테슬라 FSD 환불 소송 기각 — — 900만원을 못 돌려받은 이유
법원은 FSD 옵션이 '레벨5 완전자동화'를 약속한 상품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상품의 이름이 아니라 계약서의 문장이 승부를 가른 사건입니다.
98명이 시작해 89명이 마친 소송 — 사건의 구조
이번 사건은 2024년 12월 황윤구 법무법인 동인 대표변호사를 필두로 제기된 집단 소송입니다. 소 제기 당시 원고는 98명이었고, 재판 도중 9명이 소를 취하해 판결 시점 기준 89명이었습니다. 옵션 가격은 구매 시점에 따라 달랐지만 대체로 600만원대 중반부터 1000만원 가까이에 이르렀습니다.원고 측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FSD는 '운전자 없이 모든 조건에서 운전할 수 있는 완전자율주행'을 의미하고, 테슬라는 이를 구현하지 못했다. 따라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이행불능 상태이니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을 반환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옵션 명칭을 'FSD(감독형)'으로 바꾸고 구독형 판매까지 도입한 점을 '완전자율주행 구현 포기의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자신들의 차량에 탑재된 구형 하드웨어 HW 3.0으로는 완전자율주행 구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뒤따랐습니다.반면 테슬라 측은 FSD 옵션에 포함된 기능 상당 부분을 이미 제공했고, 계약 어디에도 특정 시점까지 레벨5 자율주행을 구현하겠다는 약정은 없다고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이 대결에서 테슬라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습니다.
- 판결 — 2026년 10월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김석범). 원고 청구 전부 기각
- 원고 — 테슬라 차주 89명(제기 당시 98명, 9명 재판 중 취하). 2019~2022년 FSD 옵션 구매
- 옵션 가격 — 구매 시점별 600만~1000만원 수준
- 쟁점 — FSD 옵션이 '레벨5 완전자동화'를 약속한 것인지, 미제공이 계약 불이행인지
- 파생 논점 — 불확정기한부 계약의 이행기 도래 여부, 하자담보책임, HW 3.0의 구현 한계
논리 ① — "FSD는 레벨5가 아니다", 문장이 정한 계약
재판부는 먼저 소비자가 산 'FSD 옵션'이 무엇인지부터 판단했습니다. 결론은, FSD 옵션이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부분 자동화 기능, 즉 신호등 인식이나 도심 자동조향 같은 기능을 의미할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차선 유지와 차간거리 유지를 지원하는 기본 오토파일럿(AP), 내비게이션 연동 주행보조·자동주차·차량 호출 등의 향상된 오토파일럿(EAP) 기능이 포함된다고 봤습니다.이 해석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하는 레벨5 기능이 제공되지 않았다 해도, 계약상 의무가 이행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입니다. 차주들이 '완전자율주행'이라 믿고 산 옵션을, 법원은 '부분 자동화 패키지'로 재정의한 셈입니다.
논리 ② — 불확정기한부 계약, 기다림도 '약정'이 된다
재판부는 이 계약의 성격을 '불확정기한부 계약'으로 규정했습니다. 규제 승인과 기술 발전이 이뤄지는 경우에 기능을 제공하기로 한, 이행 시점이 애초에 특정되지 않은 계약이라는 뜻입니다.차주들은 '판매 시작 후 9년이 지났으니 이행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행 시점을 적지 않은 계약이라도 상당한 기간 안에 이행돼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매 당시 이미 기본·향상된 오토파일럿 기능을 제공받았고, 추가 기능 출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수하면서 계약했다고 봤습니다.이행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계약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동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고지를 읽고 산 순간 그 불확실성을 감수한 것으로 해석된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입니다.
논리 ③ — 규제 때문이라면, 회사 탓이 아니다
지연에 대한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설령 기능 제공이 지연됐더라도 국내외 규제와 관련 법령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어서 테슬라에 귀책사유, 즉 책임 원인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테슬라가 판매 시점에 '국가별 규제 상황에 따라 FSD 제공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고지했던 문구가 방어 논리로 기능한 셈입니다.차량 하자를 이유로 한 계약 해제 주장과 하자담보책임 주장도 배척됐습니다. 원고들이 이미 제공 가능한 오토파일럿 기능을 이용하고 있고, 향후 개발될 추가 기능을 제공받을 계약상 지위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 귀책사유 없음 — 기능 지연이 국내외 규제 준수에 따른 것 → 테슬라의 책임 불인정
- 하자담보책임 불인정 — AP·EAP 기능 이용 중 + 향후 추가 기능 수령 지위 확보
- HW 3.0 한계도 무관 — 구매한 옵션은 자기 차량의 HW 3.0에 적용 가능한 기능. HW 4.0과 동일한 버전을 못 받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이행불능 아님
- 부분 이행 인정 — 최근 FSD v14 라이트 버전 배포로 HW 3.0 차량에도 신호등·표지판 인식, 시내 자동주행 기능 추가 제공
판결문을 문장 하나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레벨5가 안 왔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레벨5를 약속한 적은 없다.' 이 문장이 환불 문을 닫았습니다.
미국은 절차, 중국은 배상 — 세 시장의 갈림길
한국 판결 직전 미국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결론이 나왔습니다. 연방 9순환항소법원은 10월 16일 캘리포니아 테슬라 구매자들의 FSD 집단소송 절차를 무력화했습니다. FSD 마케팅이 허위·오도적이었다는 주장 자체는 살아 있지만, 구매자마다 접한 광고와 안내가 달라 개별적으로 다퉈야 한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을 허용한 하급심 결정을 뒤집은 것입니다.중국에서는 테슬라 차주 10명이 FSD 환불과 함께 옵션가 또는 차량 전체 가격의 3배에 해당하는 배상을 청구하는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약속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미국·중국·한국 세 시장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소비자를 가로막는 지점은 각기 다릅니다. 미국은 '절차'로, 한국은 '계약 해석'으로 소비자의 길을 좁혔습니다. 판결의 방향성이 세계에서 같은 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 판결이 남긴 구조 — '미래'를 파는 회사, '현재'를 사는 소비자
이번 판결의 파장은 개별 소송의 승패 너머에 있습니다. 자동차는 이제 출고 시점에 완성되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이 채워지는 제품이 됐습니다. 그 중심에 '지금은 없는 기능을 미리 사는' 선제 판매 모델이 있습니다.법원의 논리를 확장하면, 향후 규제 완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제공하겠다고 고지하기만 하면 현재 구현 불가능한 기능에도 비용을 받고 판매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국내 법조계는 이 지점을 두고 '소비자가 서비스 제공 시기를 알 수 없는 옵션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선택했다는 인정'이라며 논란의 소지를 남긴다고 짚었습니다.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그것을 되돌릴 장치는 계약서의 고지 문구 하나로 압축됩니다.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그 문장이 요구하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이번 판결이 보여준 결과입니다.
기능의 '완성'을 파는 시장이 아니라 기능의 '가능성'을 파는 시장에서는, 소비자 보호의 무게중심이 법원에서 계약서로 이동합니다. 이번 1심은 그 이동을 공식화했습니다.
소비자의 출구 — 환불 소송보다 싼 보험
원고 측의 항소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원고들이 내세운 논리, 즉 이행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계약이라도 '상당한 기간' 내에 이행돼야 하고 9년은 그 한계를 넘었다는 주장은 2심에서 다시 다퉈질 수 있습니다. 1심이므로 결론이 바뀔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그러나 확정된 것도 있습니다. 사후 구제, 즉 소송은 느리고 비쌉니다. 이번 사건은 소 제기부터 판결까지 약 2년이 걸렸고, 원고 89명은 그 결과로 아직도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사전 확인이 유일하게 저렴한 보험입니다.
참고문헌
- Seoul court dismisses lawsuit by Tesla owners seeking refunds for 'Full Self-Driving' tech — Reuters (2026.10.29)
- Seoul court dismisses Tesla FSD refund lawsuit — The Straits Times (2026.10.29)
- 테슬라 차주들 "FSD옵션 무용지물" 환불소송…법원은 "회사탓 아냐" — 매일경제 (2026.10.29)
- 테슬라 FSD 구매자들 환불소송 패소…법원 "레벨5 완전자율주행 의미 아냐" — 뉴스핌 (2026.10.29)
- "테슬라 FSD, 완전자율주행 아냐"…테슬라 차주들, 환불 소송 패소 — 서울경제 (2026.10.29)
- "완전자율주행 아직도 안 돼"…테슬라에 환불 요구한 차주들, 왜 패소했나 — 서울경제 (2026.10.31)
- 테슬라 'FSD 환불 소송', 법원서 기각… 수년째 서비스 미제공 책임 없다? — 시사위크 (2026.10.29)
-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환불 소송서 차주 89명 패소… 법원 "계약 불이행 아냐" — 뉴데일리 (2026.10.29)
- US appeals court blocks class actions over Tesla's self-driving claims — Reuters (2026.10.16)
- Tesla FSD Class Action: Ninth Circuit Vacates Classes — OpenClassActions.com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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